인플레이션, 자본주의의 그림자
우리는 늘 “돈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돈이 너무 많을 때도 문제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인플레이션이란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고, 그에 따라 돈의 구매력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오늘의 1만원은 내일이 되면 9천원처럼 느껴진다는 뜻이다.
왜 인플레이션은 일어나는가?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한다.
-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 경기 호황으로 사람들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때 가격이 오른다.
예를 들어, 누구나 자동차를 사고 싶어 한다면 자동차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 기업 입장에서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상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국제유가가 오르면 택배비, 식료품, 항공료까지 줄줄이 인상된다. - 통화량 증가 인플레이션: 시장에 돈이 너무 많으면, 돈의 가치가 희석되며 가격이 오른다.
중앙은행이 저금리 정책으로 돈을 대량 공급하면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세 가지는 모두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발생하는 내부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자본주의에서 인플레이션은 필연이다
자본주의는 ‘성장’을 전제로 한다. 매년 GDP가 증가해야 하고, 기업은 매출을 늘려야 하며, 소비자는 더 많이 쓰도록 유도된다.
하지만 이 끝없는 성장 속에서, 가격도 함께 오른다.
즉, 성장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정상’인 셈이다.
그렇다고 인플레이션이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적당한 물가 상승은 경제의 활력을 보여주는 신호지만, 지나친 인플레이션은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인플레이션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
- 실질소득 감소: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가 오르면 체감 소득은 줄어든다.
커피 한 잔이 3,000원에서 4,000원이 되면, 실질적으로는 '가난해진' 것이다. - 저축의 가치 하락: 금리가 2%인데 물가가 5% 오르면, 실질적으로는 돈의 가치가 줄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현금 보유’보다 ‘자산 투자’가 강조된다. - 기업 경영 불확실성 증가: 인건비, 원재료 비용 등 예측 불가능한 지출이 늘어나며 기업은 투자에 소극적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와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시장에 풀린 돈을 회수하려 한다.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벽히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조절은 가능하다.
중앙은행은 금리와 통화량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 한다.
너무 빠른 상승은 막고, 너무 느린 경제는 다시 활성화한다.
결국 인플레이션은 자본주의의 엔진을 식히는 냉각장치와 같다.
조금씩 뜨거워지는 건 건강한 성장의 징표지만, 엔진이 과열되면 시스템 전체가 고장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의 가치는 절대 고정되지 않는다
오늘 10만원은 내년에 10만원이 아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돈의 가치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증발’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이고, 인플레이션을 ‘공공의 적’으로만 보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인플레이션은 자본주의의 그늘이자, 동시에 그 에너지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그 흐름을 이해하고, 대비해야 한다.
단순히 ‘가격이 올랐다’는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거대한 경제의 메커니즘을 읽는 안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