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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왜 한국은 금융, 경제 교육을 하지 않을까?

by 더삶정 2025. 4. 23.

"경제는 삶이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말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국에서 학생들이 12년 이상 학교를 다녀도 '이자 계산법' 하나 배우지 못한 채 사회에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이나 유럽처럼 '경제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은 왜 한국에서는 낯선 걸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선, 경제학적 시각으로 교육 정책과 제도의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왜 한국은 금융, 경제 교육을 하지 않을까?
왜 한국은 금융, 경제 교육을 하지 않을까?


 

1. 정부 주도의 교육 시스템과 공공재 논리

경제학에서 "공공재"는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을 갖춘 재화로, 대표적인 예가 교육이다. 공공재는 시장에 맡기면 공급이 부족해지므로, 대부분 정부가 공급하게 된다. 한국은 교육의 대부분을 중앙정부가 주도하며 표준화된 커리큘럼을 통해 전국의 교육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맞춘다. 그러나 이 시스템에서는 변화가 느리다. 교육과정에 금융 교육이 포함되려면, 법령 개정과 전문가 검토, 교사 연수 등 수많은 절차가 필요하다. 결국, 금융 지식은 '선택'이 아닌 '부족한 공급'의 문제다.

 

2. 대학 입시 중심의 교육 시장

한국 교육을 설명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수능"이다. 대입이 곧 교육의 목표가 되어버린 현실 속에서, 입시와 무관한 경제 교육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미시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학교는 일종의 생산자고, 학생과 학부모는 소비자다. 이 시장에서 가장 큰 수요는 입시 대비 콘텐츠다. 공급자는 당연히 시험에 나오지 않는 경제·금융 지식을 제공하지 않는다.

 

3. 경제교육은 외부효과가 크다

경제학에서는 "외부효과"란 개인의 행동이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말한다. 금융 교육은 대표적인 긍정적 외부효과를 지닌 교육이다. 한 사람이 금융 지식을 갖추면, 과도한 부채나 사기 피해를 줄이고, 사회 전체의 금융 안정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개인이 교육을 받았다고 해서 당장 경제적 이득이 보장되는 건 아니므로, 자발적으로 찾기 어렵다. 이런 경우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그 역할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4. 자본시장과의 거리감

한국은 오랫동안 고도성장기 산업 중심의 경제 모델을 따랐다. 이는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자본시장보다는 은행 예금이나 부동산 투자에 초점이 맞춰진 자산 포트폴리오를 형성하게 했다. 자본주의에서 금융시장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금융위기나 투자 사기 등 시장 실패에 쉽게 노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교육은 여전히 뒤처져 있다.

 

5. 금융 소비자 보호와 세대 간 불평등

경제학의 분배 이론에 따르면, 정보의 비대칭은 세대 간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이미 자산을 축적한 세대는 금융 시장을 활용할 수 있지만, 젊은 세대는 교육 부족으로 기초적 투자조차 어렵다. 이는 결국 소비자 주권의 침해로 이어진다. 미국의 경우 SEC(증권거래위원회)가 청소년 금융 교육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은 "시장의 실패는 정부의 개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 교육의 부재는 전형적인 시장 실패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 차원의 커리큘럼 개편, 교사 양성, 그리고 경제교육 콘텐츠의 대중화가 동시에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 전반에 "경제는 삶과 연결된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