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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일본과 미국, 기준금리로 엮인 긴밀한 관계

by 더삶정 2025. 4. 13.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는 단순한 "국내 통화정책"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세계 최대의 경제 대국인 미국과, 장기 저금리 기조를 고수해온 일본은 서로의 통화정책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글로벌 자본의 흐름을 형성해 왔다.

기준금리는 각국 중앙은행이 시장에 신호를 보내는 대표적인 정책 도구다.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제도(Fed), 일본에서는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결정한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이 줄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며, 금리가 내려가면 그 반대의 흐름이 나타난다.

일본과 미국, 기준금리로 엮인 긴밀한 관계
일본과 미국, 기준금리로 엮인 긴밀한 관계


금리 차이, 자본 이동의 신호탄

경제학에서 "이자율 평준화 이론(Interest Rate Parity)"은 서로 다른 두 국가의 금리가 차이가 날 경우, 자본은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쪽으로 이동한다고 말한다. 이때 중요한 조건이 바로 "환율"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기준금리가 일본보다 훨씬 높다고 해보자. 글로벌 투자자들은 달러 자산을 선호하게 되고, 엔화를 팔아 달러를 매입한 후 미국 국채나 예금에 투자한다. 이 현상은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를 유발한다. 반대로, 미국의 금리가 내려가고 일본의 금리가 오른다면 그 반대 흐름이 생긴다.

즉, 기준금리 차이는 환율 변동과 자본의 흐름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이것은 실물경제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일본은 어떻게 될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일본은 큰 고민에 빠진다. 금리 차이가 더 벌어지면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수입물가가 상승한다. 이는 일본의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일본은행은 수년간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해왔고, 급격한 금리 인상은 국내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은 금리를 천천히 올리거나 일시 동결하는 식으로 미국의 정책을 간접적으로 따라가게 된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통화정책 연동성"이라 한다.

한편, 미국 금리 인상은 일본의 대미 수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달러가 강세가 되면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미국 금리가 내려간다면, 일본은 여유를 갖고 정책 운용을 할 수 있다.

 

일본 국채금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미국

장기금리의 지표로 자주 사용되는 "국채금리"는 기준금리 외에도 시장의 기대와 신뢰를 반영한다. 미국의 장기 국채금리가 상승하면, 일본 국채 역시 매도 압력을 받으며 금리가 따라 오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금리 동조화 현상"으로 불리며, 글로벌 채권 시장이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일본이 자국 국채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려 해도, 미국의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 시장은 이에 반응하게 마련이다.


 

일본과 미국의 기준금리 관계는 단순히 두 나라의 금리를 비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통화가치, 무역수지, 자본 흐름, 국채시장, 그리고 실물경제까지 연결된 하나의 긴 사슬이다.

경제학에서는 이처럼 국가 간 정책이 독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특히 개방경제 하에서는 한 나라의 금리 결정이 다른 나라에 외부효과를 미치게 된다. 일본이 금리를 결정할 때 미국을 유심히 살피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